2019 그린플러그드 경주 1일차(토) 후기

상가 주차장에서 볼 수 있었던 황룡사9층짭탑

  처음으로 그린플러그드 경주를 오게되었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몇번 가봤지만, 지방에서 열리는(동해나 경주)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오랜만에 온 경주는 새삼 놀라웠는데, 이렇게 볼거리가 많았나 싶을정도로 주변에 볼거리가 다양했고, 익히 알고있던 역사도시의 풍경 또한 반가웠다. 

 

  페스티벌 사이트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주차장 자체는 좁았지만 그 주변 상가 주차장으로도 주차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편했다. 주차장부터 페스티벌 사이트 입구까지가 굉장히 가깝고, 주변에 편의점 식당도 많아서 돗자리를 깔고 나서도 차로 왔다갔다하기 편했다. 

 

경주에는 황룡사9층목탑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많았다.

  날씨가 굉장히 흐렸다. 그러나 쌀쌀하진 않았다. 따뜻하면서 흐린날씨였는데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페스티벌을 즐기기 딱 좋은 날씨였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도 잠깐 있었지만 이내 그쳤다. 

 

  페스티벌 사이트 자체는 작은 편이었다. 메인무대 앞으로 돗자리를 깔 수 있는 구역이 있었는데, 페스티벌 사이트 자체가 작아서 그런지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이른 시간에 이미 돗자리들로 꽉 찼다. 돗자리 구역은 거의 무대 가까운 곳까지 허용되어 있어서, 심지어 무대 앞으로 공연을 보러 갈때에도 돗자리를 뚫고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첫 날은 돗자리를 깔 수 있는 곳이 거의 다 차서, 중앙 스크린때문에 메인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돗자리를 깔았는데, 그런 자리마저 곧 없어졌다. 페스티벌 사이트가 좁은데 돗자리를 깔려는 사람들은 많다보니 일어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모두가 돗자리를 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고, 인조잔디를 잘 깔아 놨기 때문에 쾌적했다.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세팅한 후 처음으로 치즈를 보았다. 노래만 들어보고 라이브는 처음 이었는데, 뭔가 수줍은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딱 좋아할 만한 그런 곡들이 많았다. 

 

  SUN 스테이지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멀리 떨어져있었다. 언덕을 10분정도 올라가야 있었다. 걸어오는데 약간 숨이 찰 정도. 그래도 메인무대와 독립된 느낌이 나서 좋았기도 했다. 나는 제일 기대했던 새소년의 공연을 보러왔다. 황소윤을 제외한 드럼과 베이스 멤버가 입대하고, 새로 들어온 멤버들의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황소윤은 이제 신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거의 인디씬의 메인스트림 급의 아티스트가 된 듯 했다. 선스테이지의 비교적 이른 시간대 라인업이었는데도 새소년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모든 곡들이 두루 좋았지만, 확실히 '파도'가 연주될 때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환호했고, 감탄사가 많이 나왔다. 새로 들어온 베이스와 드럼 멤버들과의 케미도 좋아보였다. 예전보다 황소윤의 표정이 밝은 듯한 느낌! 또래와 함께 해서 그런가!?

 

  그리고 카더가든의 무대를 보았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Home Sweat Home 도 좋았지만, 역시 더 팬을 통해서 유명해진 카더가든 버전 명동콜링이 퍼져나갈때가 그림같은 이미지로 선명하게 기억된다. 카더가든의 부드러운 음색이 저물어가는 해가 만드는 풍경과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10cm의 공연을 보러 선스테이지에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그래서 선스테이지에 가자마자 다시 메인스테이지로 내려왔다. 내려와서 조금 기다리니 잔나비가 리허설을 했는데, 리허설이 리허설 같지가 않고 거의 공연처럼 계속 최정훈이 노래를 했다. 특히 Blur 의 Tender 를 불러주었는데,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러주었다. 관객들은 마치 공연을 보는 것처럼 잔나비의 리허설을 즐겼다.

 

  잔나비의 공연은 언제나 그렇듯 생동감이 넘쳤다. 2집의 발매로 더욱 팬층이 두터워졌고, 공연의 레파토리 또한 풍성해졌다. 하지만! 학폭 논란으로 밴드에서 탈퇴한 건반의 빈 자리가 느껴졌다. 건반 사운드가 잔나비 노래에서는 빠질 수 없는데, 건반 멤버를 세션으로 보충하지 않고 그냥 없는 채로 공연을 했다. 여기서 조금 실망했는데, 건반 특유의 분위기를 기타가 완전히 대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타가 2기타도 아니고 1기타인데 어떻게 건반의 사운드까지 채울수가 있겠나. 잔나비의 공연을 처음봤다면 느낄 수 없었겠지만, 여러번 봐 왔기때문에 그 빈자리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아쉬웠던 대목.

 

  잔나비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페스티벌장을 나왔다. 내일은 조금 일찍 나와서 돗자리를 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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