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단독공연 'THIRSTY' LIVE 2019 후기

검정치마 단독공연 'THIRSTY' LIVE 2019 - 6월 16일 공연

  기다리고 기다렸던 검정치마의 내한, 아니 단독공연. 분명 인디밴드 공연인데 체감상 내한공연 보다 보기 힘들다. 앨범도 3~4년 주기로 나오는것같고, 조휴일이 라이브도 별로 안한다. 올해 여름에도 분명 락페에 한번 정도 나올 수 있었을텐데, 안나오고 해외투어를 한다고 발표했다. 저기, 한국에서 좀 자주 라이브를 해주고 나서 해외에 가시는것이 어떨런지요.

 

* 예스24에서 예매했는데 워낙 오래전에 가입한지라 옛날 개명전 이름으로 티켓이 와버렸다. 이번 공연에 프리미엄 티켓 거래를 예방하려고 아주 완벽하게 본인 검증을 했는데 나는 이름이 달라서 공연을 못 볼 뻔했다. 간신히 지하철역에 있는 무인발급기에서 초본을 뗄 수 있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무인발급기가 가까이 없었으면 공연을 날릴뻔했다.

 

영화 I was teenage frankenstein

  공연 한시간 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광클에 성공한 덕분에 제법 앞에서 자리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영화를 틀어주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앨범 커버에 사용된 이미지의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1957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I was teenage frankenstein 이라는 영화라고 한다. 소리가 안나와도 대충 영화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조휴일이 이 영화 이미지를 차용한 이유가 '자신의 힘과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소중한 것을 파괴한 것에 대한 절망' 이라고 한다. 공연 후기를 적으려고 지금 찾아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앨범을 그렇게 많이 들어놓고 이제서야 알게되다니. 게으르다.

 

영화는 공연직전까지 이어졌다.

  영화가 끝날무렵 스크린 뒤에서 피아노 연주와 조휴일의 음성이 들렸다. 피와갈증(King of Hurts) 이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함께 첫곡이 시작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두번째 곡 Put Me On Drugs가 연주되었다.

 

 

  Put me on Drugs 의 인트로 신스 사운드가 크게 퍼져나갈때, 비로소 검정치마의 라이브를 보고 있다는게 실감이 났다. 사운드는 언제나 그렇듯 조휴일의 보컬이 잘 안들렸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는 좋았다. 보컬 사운드는 조휴일의 창법 때문에 잘 안들리기도 하는데 가뜩이나 안들리는 와중에 거의 모든 곡에서 떼창을 관객들이(특히 여성관객들) 했기때문에 더더욱 안들렸다. 그래서 공연을 감상할때 보컬 소리를 들으려고 집중을 하면서 -마치 어느 특정한 주파수를 찾듯이- 들어야만 했다. 어느순간부터 느끼는 거지만 지나친 떼창은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 종종 있다.

 

검정치마 단독공연(2019.06.16)

  셋리스트는 새로 발매된 3집 파트2 위주였지만 그래도 다른 앨범들 곡도 골고루 해주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빨간 나를'을 불러주어서 좋았다. 원곡과는 통기타 주법이 달랐지만 상관없었다. 포크송같기도하고 재즈같기도 한 이곡은 내가 3집 파트2에서 특히나 좋아하는 곡이다. 곡의 첫부분 멜로디부터 완전히 사로잡히게 되는 이곡은 가사만큼이나 비범한 전개에 계속해서 감탄해서 듣게 된다. 끝까지 스릴있는 긴장감이 흐른다. 왜 이런 포크송 발라드 트랙에 기분좋은 불안감을 느낄까. 아직도 알 수 없다. 그저 조휴일이 만들어낸 멜로디 덕분이라고 할 밖엔.

 

검정치마 단독공연(2019.06.16)

  섬(Queen of Diamonsds)도 역시 손꼽아 기다린 넘버. 나는 정말 조휴일이 3집 파트2에서 자신 커리어 전체에서 본인을 대표할 만한 신곡을 또 내놓을 줄은 몰랐다. 솔직히 안티프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명곡들을(너무 많다) 능가하는 노래를 내놓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대부분뮤지션이 그렇듯 대중의 찬사를 받은 대표작이 있으면 그 대표작을 뛰어넘지 못한다. 비슷한 수준만 만들어내도 성공이라고 여겨질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조휴일은 이번 THIRSTY 앨범으로 스스로를 훌쩍 뛰어넘었다. 어쩌면 완전히 다른 결의 성과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만큼 신선하고 대단하다. 

 

검정치마 단독공연(2019.06.16)

  3집 파트1 이 사랑의 아름다운 면을 노래한 앨범이라면, 파트2 는 사랑의 추악한 면을 노래한 앨범이다. 규범 밖의 사랑이라고 해야되나. 욕망과 규범이 충돌할때 모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옳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사랑에 대해서 조휴일은 비범하게 노래했다. 논란이 있었지만 논란은 이내 잦아든 모양새다. 예술 창작물에 대해 해석과 감상의 자유를 즐기지 않고, 규범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의 목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은건 성과에 대한 찬사 뿐이다. 

 

검정치마 단독공연(2019.06.16)

  할리우드, 강아지, 안티프리즈 등등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셋리스트 덕분에 시간이 순삭되는 느낌이었다. 검정치마의 라이브를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니 감개무량했다.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예매도 어려워서 공연을 또 해준다해도 걱정이다. 왜이렇게 라이브 보기가 어렵나요 정말! 공연 좀 자주해주세요 제발!! 부탁(절규)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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