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일요일) 후기
- 공연 후기
- 2019. 8. 15. 23:31
12시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침부터 날씨는 화창하고 무더웠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태풍의 영향이 점점 가까워진다고 들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다가 3시 조금 넘어서 페스티벌장으로 들어왔다. 간신히 그늘을 찾아서 돗자리를 펼칠수 있었는데, 강풍으로 인해 그늘막 구조물들은 다 철거중이었다.
돗자리 깔았으면 일단 드링킹. 여기서 또 내가 가위바위보를 졌던 것 같다. 다행히 줄은 길지 않아 피눈물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그늘아래 돗자리에서 바버렛츠의 공연을 듣고, 황소윤을 보러 서브스테이지 가까이 갔다. 사실 오늘 일요일 라인업에서 제일 기대한것이 황소윤이었다. 새소년으로써도 당연히 좋지만, 다양한 시도를 한 이번 솔로앨범이 너무 좋았기때문이다.
가장 듣고 싶었던 Zz'City. 황소윤은 뭔가 태어날 때부터 스타였던 느낌마저 들 정도로 멋있었다. 20대 초반의 여자가 이정도 스타성을 가지고 데뷔하자마자 인디씬을 먹고(?) 메인스트림까지 나아가고 있다니, 신기할 정도.
ZZ'City 다음으로 좋아하는 트랙인 FOREVER dumb. 영원히 아무생각없이 순준무구한 바보처럼 살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라고 연주 직전에 소개했다. 단순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황소윤의 랩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다만 공연시간이 30분이라 너무너무 X 100 짧았다. 5~6곡 한것같은데 체감상 무대 올라오자마자 바로 내려가버리는 느낌. 공연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황소윤이 새소년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왠지 솔로 앨범곡을 자주 라이브로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더 아쉬웠다.
구름이 좀 있어서 그늘을 포기하고 메인스테이지 쪽을 돗자리를 옮겼다. 편안하게 맥주를 더 마셨다.
일요일 낮의 날씨는 맑고 바람만 강하게 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구름이 많아지고 흐려졌다.
크라잉넛의 공연은 멀리서 돌아다니면서 가볍게 봤다.
9와 숫자들의 공연도 가볍게. 솔직히 9와 숫자들은 본인들도 이때 언급했다시피 펜타포트락페스티벌과는 조금 안어울려서 조금 신나는 곡 위주의 셋리스트로 신경을 쓴 듯 했다. 나는 1집과 유예 앨범의 감성을 좋아하는지라 이번 셋리스는 별로였다. 그래서 마지막 '슈거 오브 마이 라이프'가 반가웠다.
다시 가져간 맥주 한잔. 다음부턴 테이블이라던지 원터치텐트라던지 이런 아이템을 제대로 구비해와야겠다. 테이블 박스 하나만 있어도 너무 편한것!
펜타의 비공식 헤드라이너 김치말이국수도 드디어 먹었다. 헤드라이너 맞더라. 킹치말이국수는 무조건 먹어야하는거였구나! 닭강정도 양많고 맛있었음!
그리고 모두를 꿈나라로 보냈던 셉달리자 공연. 나만 돗자리에서 앉아서 본것같은데 의상이 아주 위태롭고 인상적이었다. 예습할때 느꼈던 것처럼 노래 스타일이 진입장벽이 좀 있었는데, 결국 라이브에서도 진입장벽을 깨지못한 그런 느낌, 귀에 잘 안들어왔다.
날씨가 급속도로 흐려지고, 비가 조금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조금씩 후두둑 떨어지다가 그치고 내리고 했다.
다소 빈약한 허리라인업 덕분에 푹 쉬고 뱀프스부터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뱀프스는 예상보다 파워풀하고 퍼포먼스가 좋았고 라이브도 좋았다. 다만!!! 초반에 보컬이 거의 안들릴정도로 답답했다. 사운드밸런스가 안맞어서 나 뿐만 아니라 관객들 대부분이 조금 당황했을 것 같다. 초중반에 보컬이 엔지니어에게 사인을 보내서 보컬음량을 올려서 그때부터그나마 들을만했다.
보컬&기타 브래들리 심슨이 아주 훈훈했다. 여자들의 환호소리가 대단했는데, 뭔가 토요일 라인업 Against the Current의 대칭이라고 해야되나, 훈훈하고 노래도 잘하는 그런 그룹! Wake Up, Risk it All, All Night 같은 곡들이 너무 좋더라.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의 멜로디, 떼창에 가장 적합한 곡들. 카메라를 엄청 활용하며(괴롭히며) 뛰어다니면서 공연하는게 인상적이었다. 관객호응유도도 엄청하고 곡들 사이사이 멘트도 엄청했다.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을 갔다오고 나서 뱀프스의 노래를 쭉 다시 들을정도로 인상적인 라이브였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팬서비스도 잘해주고, 카메라 활용도 잘했다. 카메라맨이 촬영하다가 브대들리 심슨한테 질질 끌려나와서 근접 촬영을 하기도했다.
뱀프스의 공연을 보고 피아의 공연을 보러왔다. 이때 인생 2번째로 슬램존에 뛰어들어갔다가 핸드폰 잃어버릴뻔했다. 쌩님이 주워주지 않았다면 나의 아이폰은 아마도 박살이 났을것이다. 역시 나는 슬램은 무서워서 다시 돗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약간 멘탈이 나갔다. 헤비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락팬들이 피아 공연에 다 모여서 한풀이 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위저 공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긴 했지만 공연보기엔 딱 좋았다. 나는 비오는게 오히려 더 좋게 느껴쪘다. 물대포 쏘면 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처럼 비를 계속 맞으면서 공연을 봤다. 위저의 노래를 오래전부터 알고 좋아했고 또 위저가 내한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한번도 라이브를 보지 못했다. 2019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 드디어 위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위저의 공연은 그들의 노래처럼 단순명료했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찐따, 라는 어느 유튜브 댓글처럼 뭔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고 해야되나. Africa, Take on Me 같은 곡들뿐만아니라 비버리힐즈, 포크앤빈스 같은 초창기 명곡들이 나올때 반응이 최고조였다. 나는 오랜만에 Pork And Beans를 들을 때가 제일 좋았다.
위저의 공연이 뭔가 이제 좀 재밌어지려고 할 때, 음향사고가 터졌다. 비가 많이 내려서 발전기가 내려간듯했다. 발전기를 복구 중이라고 안내문구가 전광판에 떴다. 우리는 조금 기다리다가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비도 많이 오고 다시 천안까지 가야했기때문에 아쉬워도 어쩔수가 없었다.
비는 더욱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겨서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갑자기 분위기 피난민(갑분피). 비를 맞으며 마지막 인증샷. 여러모로 우려가 많았지만 막상 운영은 역대급으로 만족스러웠던 2019펜타포트락페스티벌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음향적인면, 운영적인면 모두가 전반적으로 다 만족스러웠다. 다소 빈약한 라인업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투도어시네마클럽 등 몇개의 취향저격 밴드가 그런 불만은 없애주었다. 3일권 얼리버드 가격이 12만원이어서 다소 저렴했던것도 만족감을 높혀주었다.
2019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2020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하는 훌륭한 락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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