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백패킹] 3. 갑작스런 폭우와 탈출

 

  가져간 책은 성석제의 <투명인간>이었다. 문체가 굉장히 흡입력있고, 소설의 구성 또한 독특해서 완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근현대를 살아간 한 가족의 대를 이은 서사는 머리를 띵하게 할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11시쯤에 에어매트를 펼치고 잠을 자려했다.

 

 

  박지가 약간 경사져있어서 잠을 뒤쳑였다. 어찌어찌 잠이 들려고 하는순간 문자가 왔다. [긴급재난문자] 강원 호우경보, 산사태, 상습침수 등 위험지역 대피...

 

 

 

 

 

  문자를 보는 순간 헉! 했다. 강원 산사태 호우경보 같은 위험해 보이는 단어들이 머리에 들어와 박혔다. 혼자 선자령에 백패킹하다가 조난당할 것같은 상상이 엄습해왔다.

 

  지금 텐트와 짐을 다 걷고 어두운 산길을 내려갈 수도 없었다. 내려가지도 못하고 계속 있지도 못할것같아, 도대체 어떻게 할지 모르고 계속 혼자 끙끙댔다. 그리고 멀지않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퍼붓는 폭우에 텐트가 떠내려갈것같이 시끄럽게 울렸다. 폭우가 텐트를 때리는 소리에 귀가 멀것만같았다.

 

 

 

 

  잠은 완전히 달아나버렸고, 텐트 밖에 있는 짐들을 얼른 텐트안에 옮기느라 정신없었다. 텐트안에서 불편하게 누워서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불안한 상상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제일 싼 텐트를 샀는데 비가 스며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핸드폰으로 일출이 05:31 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시야가 확보되면 바로 짐을 싸서 내려갈 작정이었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나서 갑자기 밖이 밝아진 느낌이 들어 나가보니 갑자기 환해져있었다. 그때에 맞추어 비도 갑자기 그쳤다. 나는 서둘러서 짐을 쌌다.

 

  선자령은 온통 구름으로 포위되어 있었다. 진기한 장관을 감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빠르게 짐을 싸고, 텐트를 걷었다.

 

  배낭에 짐을 구겨넣고 마지막 정리를 했다.

 

  배낭을 메고 선자령을 내려가는 길. 선자령 일출 풍경에 넋이 나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산길을 걸어내려왔다.

 

  포장된 도로가 보이자 마음이 놓였다. 가방을 벗어던지고 앉아서 쉬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피로가 몰려왔다. 온몸은 젖어있었다.

 

 

 

 

 

 

  터벅터벅 내려와서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차가 보였다. 짐을 트렁크에 싣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몇시간을 자고 다시 집으로 갔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백패킹 입문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그 이후 백패킹을 한번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이따금식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한다. 오랫동안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또 백패킹을 하러 갈텐데, 그때는 평화로운 백패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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