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09] 바다 찌낚시 첫 입문 - 벵에돔 낚시 입문 (2)

  부모님 집 앞에서 한 컷 찍었다. 여동생은 장비는 무슨 낚시왕 같다고 했다. 바다 찌낚시 처음 하는 사람의 복장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팅인데, 역시 장비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후 낚시를 위해 밑밥을 미리 개어갔다. 조카가 계속 뭐하는거냐고 물어봤다. 물고기밥을 만드는거라고 했다.

 

  다시 닭머르해안 포인트로 왔다. 나는 정자 옆에서 했다. 그쪽은 거의 절벽에 가까워서 사람이 없었다. 절벽이었기때문에 뜰채를 올릴만한 물고기는 잡을 수 없지만 어차피 나는 그정도 사이즈는 잡을 생각도 없었다. 작은 놈이라도 벵에돔 한마리가 목표였다. 미끼는 갯지렁이로 썼다.

 

  4시쯤에 왔는데 순식간에 해가 지는 시간이 됐다. 낚시를 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뭐 한게 없는데도. '역시 벵에돔은 아무나 잡는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거의 체념 단계에 이르렀다. 집에 가야지 생각하며, 수평선 끝으로 떨어지는 해가 만드는 제주도의 풍경이 예뻐서 사진으로 찍었다. 그렇게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찌가 수면 밑으로 잠겨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아무생각 없이 챔질을 했는데 원줄이 엄청난 힘으로 팽팽해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입질이었다. 톡톡 잡아당기는 볼락의 입질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냥 낚시줄을 쑥 잡아당기며 낚시대 초릿대가 완전히 휘어질정도의 힘이었다. 그 힘은 아래로 향하지 않고 옆으로 째는 느낌이었고 나는 허둥지둥하다가 뒤늦게 릴을 감았는데 툭 하며 목줄이 끊어졌다. 아마도 절벽 아래 갯바위에 쓸려서 목줄이 끊어진것같았다. 

 

 

 

 

 

 

  벵에돔인것을 확신했다. 아, 이것이 벵에돔의 입질이구나. 나는 흥분되는 마음으로 다시 목줄을 연결하고 바늘을 묶었다. 목줄의 길이는 1m 정도로 줬을 때 받은 입질이었기때문에 그대로 했다. 해가 거의 수평선에 다와가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다시 캐스팅을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바로 똑같은 힘의 입질을 받았다. 원줄을 사정없이 가져가는 입질이었다. 그 입질은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옆으로 아주 빠르게 쭉 가져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빠르겜 챔질과 동시에 릴링을 했다. 제발 이번에는 낚여라 하는 간절한 느낌이었는데, 다행히 제대로 낚을 수 있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슨 물고기 인지 확인을 했다.

 

  긴꼬리벵에돔이었다. 가슴이 터질것같은 느낌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 상황. 긴꼬리벵에돔을 바닥에 내려놓고 보다가 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얼른 아래쪽 갯바위로 뛰어가서 물을 받아 왔다. 물을 받아올때 서두르다가 발을 헏디뎌 넘어질뻔했다. 

 

  처음 낚은 긴꼬리벵에돔의 자태는 영롱했다. 역시 바다의 흑기사로 불릴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늘이 입에 후킹이 된것이 아니라 눈 위에 아가미쪽에 후킹이 된 것도 확인을 했다. 나는 두레박에 기포기를 연결하고 긴꼬리벵에돔을 담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다. 흥분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조카 다 모아놓고 자랑하고 사진찍고 난리를 쳤다.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 다들 백프로 못잡고 올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사실 나도 그랬다. 

 

  길이를 재어 보니 23cm였다. 나의 인생 첫 긴꼬리벵에돔은 닭머르해안에서 낚은 23cm 긴꼬리벵에돔! 죽을때까지 가져갈 선명한 추억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긴꼬리벵에돔은 부모님 집 앞 바다로 나가서 방생해주었다. 그렇게 바다찌낚시 입문 첫날은 완전한 성공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전은 꽝을 쳤고, 오후 낚시를 노리려고 했지만 피곤해서 그냥 쉬었다. 밤에는 여동생 집 앞 포인트에 나가서 소소하게 루어낚시를 잠깐 했고, 4월의 제주도 출조는 그렇게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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