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고의 앨범, 검정치마 <THIRSTY>
- 책과 음악과 영화
- 2019. 12. 31. 16:49
2019년 2월에 나온 검정치마의 정규 3집. 조휴일이 늘 그러하듯 정규앨범의 발표는 늦어졌다. 오히려 발표일이 확정 공지되면서 으잉!? 진짜 나온다고!? 하는 놀라움과 이렇게 빨리?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앨범 자켓의 이미지와 같이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논란이 되었다.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본다느니 하는 그런 담론들이 앨범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런 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논란은 자연스럽게 찬사로 바뀌어갔다.
타이틀 곡 섬(Queen of Diamonds)은 개인적으로 한국어로 쓰인 노래가사 노래 중 최고의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크하고 신비로운 기타 인트로와 나른한 도입 멜로디, 극적인 전개, 후렴구의 중독성과 세련됨까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명곡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타이틀곡 보다 더 이 앨범을 범상치않게 만드는것은 앨범 후반부에 이어지는 트랙들이다. 트랙의 9번에서 12번으로 이어지는 비범한 트랙들이야 말로 이 앨범의 진가다. '하와이 검은 모래'가 주는 나른하고 큰 공간감은 단숨에 조휴일의 세계관에 빠지게 한다. 스릴러 영화의 어느 부분이 떠오를만큼의 분위기의 베이스 연주가 단순하게 이어지고, 리버브를 많이 먹은 조휴일의 목소리가 울리는 '맑고 묽게' 또한 황당할 만큼 좋다. 듣자마자 사람을 완전히 허무주의자로 만들어버리는 '그늘의 그림자로' 또한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않는 트랙이다. 이 앨범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낸, 의미로 보자면 타이틀곡으로 불릴만한 마지막 트랙 '피와 갈증(King of Hurts)'은 이 완벽할 앨범과의 이륙에서 착지하기에 좋은 곡이다. 곡 후반부에 이어지는 멜로디와 노이즈는 몸과 마음을 잠기게 만든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들은 트랙은 '빨간 나를'이다. 가장 조휴일스러운 가사와 한번에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압권이다. 올해 얼마나 많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홀로 흥얼거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추하고도 악한 아름다움도 있다, 라는 세상의 사실을 조휴일은 하나의 앨범으로 설득력있게 구현해놓았다. 그저 들으면서 황홀하면서도 불편한 이 느낌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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